방송 저널리즘이 주는 교육콘텐츠의 새로운 어젠다(Agenda).
지난 해 9월. 우리는 EBS 뉴스팀으로부터 ‘MOOC기획보도’ 영상 제작을 의뢰 받은 바 있었습니다. 당시 EBS 뉴스팀은 MOOC 기획보도 16부작을 기획하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 첫 회 방송분을 블랙스튜디오에서 정면판서 강의영상을 제작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흔쾌히 응했습니다. 무엇보다 생생한 저널리즘을 곁에서 지켜 볼 수 있다는 것만해도 ‘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아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정보 전달의 중요성은 현재 온라인 교육 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 그들의 저널리즘은 대단해보였습니다. 2분 정도의 영상 제작을 위해 이 곳 안산 스튜디오까지 수 차례 방문하였으며, 시나리오 수정은 물론 리허설 또한 엄숙히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나운서는 시선, 움직임, 멘트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당연하리라 생각하지만, 실제 보면서 느낀점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촬영은 오랜 시간 반복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론이 다소 길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당시 제작한 뉴스 영상 마지막 부분에 아나운서가 제시한 핵심 어젠다(Agenda). 그것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MOOC! ‘유행’일까요? 아니면,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혁명’일까요?
결국, 파도는 바람이 만드는데 말이죠.
영화 ‘관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의 명대사입니다.
난 사람의 모습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요… – 영화 ‘관상’ 송강호의 대사 中 –
MOOC 이야기에 뜬금 없이 ‘바람’, ‘파도’ 이야기를 하니 뚱딴지 같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우리는 MOOC을 좀 더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MOOC은 결코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화제가 된 것은 아닙니다. 되돌아 보건데 기술기반 교육과 관련한 용어는 차라리 ‘e-Learning’, ‘m-Learning’, ‘ U-Learning’등이 그 맥을 같이 했다 보고 있습니다.
실제 MOOC 관련 연구자료 대부분은 교육방법 또는 운영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MOOC의 개념은 OER/OCW로 부터 계승발전 되어온 것이며, 그것의 역사는 절대적으로 ‘사회공헌’, ‘교사들의 열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일례로 과거 OCW의 태동이 MIT에서 동영상 강좌를 ‘그냥 줘 버리자’라는 것에서 시작한 것을 보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MOOC의 역사는 ‘ 정책이나 제도적 장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해야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플립러닝은 어떠한가요? 미국 어느 시골교사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지 않았나요?
[EBS 기획보도 – MOOC이란 무엇인가? 블랙스튜디오 촬영 방송분]
어쩌면 MOOC은 인터넷의 대중화 시점에서 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으나, 그에 대한 체계성과 대중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었을 지도 모를 일 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MOOC이 결코 어느날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MOOC을 ‘유행’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행’이든, ‘혁명’이든 현재 시점에서 MOOC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 그것이 인터넷, 웹, 네트워크 기술 기반 교육(또는 정보공유 활동)이 대중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선물이 될 테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유행’인지, ‘혁명’인지 바라보는 이분법적인 관점 보다 MOOC을 어떻게 정착시키고 다져 나가야하는 것인지가 더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5년 뒤 MOOC은 다른 용어 및 개념으로 계승-발전하여 지금보다 조금 더 우리 삶에 보편화된 교육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우리는 5년 뒤에도 MOOC이 지금과 같이 어떤 정책에 힘입은 수동적 진행, 하향식(top-down) 방식이 아니라 자생적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교육환경은 늘 학생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것인지 선택하는 것과 여러가지 사실 중 반드 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강요해왔습니다.
MOOC! ‘유행’인가?, ‘혁명’인가? 이 질문..
그 자체가 오늘날 우리 교육환경의 자화상은 아닐런지 모를일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MOOC이 각 교육기관 또는 민간기업등에서 정말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때서야 MOOC은 ‘혁명’이었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