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금새 사그라들 것 같았던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몇 몇 전문가들은 이제 전 세계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무서운(?)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저는 뜬금 없이 오늘날의 비대면 세상을 예측이라도 한 듯, 지금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관련 멀티미디어 기술들이 존재했다는 것에 새삼 감사 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대학 온라인 수업의 질적 문제와 이로 인한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보며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은 코로나 이전 시대에도 (비실시간 중심의) 온라인 강의는 존재했으며, 현재처럼 교육적 효과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늘 있어 왔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질적 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이유로 교수자(Instructor)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및 교수지원 인프라, 오프라인과 사뭇 다른 강의 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있어왔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 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는 온라인 환경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기보다 ‘전통적 교육방식을 온라인화’ 하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대면 수업환경이 주는 익숙함, 관계십, 현장감, 가변성, 피드백 등이 온라인 환경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이유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현재의 실시간 교육방식이 과거 비실시간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이 문제는 기술기반 교육이 갖는 영원한 숙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비실시간 중심 교육 방식과 달리 현재의 실시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현실적으로 AI, AR, VR, XR 등의 첨단기술보다 더 큰 기술적 혜택임은 분명해보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실시간 교육을 진행 · 운영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세 가지만 짚어보고자 합니다.
2. 더 낳은 실시간 교육을 위한 세 가지 제언
1) 리허설은 필수
실시간 화상 미팅을 자주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제 우리는 온라인 미팅 상황에서 실수에 대해 관대해졌습니다. 미팅 중 음성이 송·수신 되지 않거나, 화면공유가 되지 않는 문제는 이제 반드시 거쳐야하는 관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육대상자가 많아지거나 중요도가 높아질 경우 그 관대함은 이내 사라지며 짜증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도 종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실시간 교육은 운영자(또는 교수자)가 해당 시스템에 대한 기능 파악과 더불어 변수에 대해 인지하고 문제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의 비법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를 훌륭한 실시간 교육을 위한 비법 ‘리허설하고, 리허설하고 또 리허설 하라’로 대체 해서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 까요? 새로운 환경에서는 교수자에게 더 많은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제 기술과 디지털미디어의 본질을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시기임에는 분명해보입니다. 그 본질이라 함은 기술은 점진적으로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서히 내 생 활속에 스며든다는 것입니다.
2) TV에 해답이 보인다.
· 다양한 장면 : 우리는 TV매체에 매우 익숙하지만, 특정 장면이 몇 초에 한 번씩 바뀌는지는 잘 모릅니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을 보시면 한 장면이 5초 이상 제시되지 않는점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이런 TV매체 익숙한 우리. 60분 내내 웹카메라, PPT만 보여주는 단편적 방식은 어떤 내용이라 할지라도 집중하기 힘듭니다. 윈도우의 ‘화면닫기’ 버튼이 ‘TV전원’ 버튼보다 쉽게 선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마샬 맥루언은 ‘가장 훌륭한 매체는 사용자가 그것을 활용하면서도 그 매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몰입을 위한 여러 조건 중 다양한 장면을 통한 입체적인, 현장감 있는 정보(또는 장면) 제공은 갈수록 중요합니다.
· 사전녹화의 힘 :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에 다양한 미디어간 통합은 단순히 매체간 융합을 넘어 실시간과 비실시간 융합으로 연결됩니다. 미디어활용 최전방에 있는 방송사들의 생중계를 보시면 매끄러운 운영을 위해 리허설은 물론 사전녹화를 통해 생중계 시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제공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합니다. 실시간의 장점은 비실시간을 포함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모든 것을 다 하기 보다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준비하셔서 실시간에 적극활용하시면, 채팅창의 질문들이 보다 잘보이게 될 것입니다.
3) 교육디지털화 투자. 선택과 집중
위 2번과 같이 TV에 정답이 있다고 하면 누군가는 ‘그 비용은?’ 이라고 물을 듯 합니다. 맞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디지털 뉴딜 정책에 맞물려 국가적으로 교육 디지털화 예산이 추상적 목표로 물리적인 교육인프라 구축에 집중되고 있는 이때, 어떻게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한 예로, 비대면 시대 강의실 기능은 달라져야 합니다. 종래에 교수와 다수의 학생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보다 ‘교수와 소수의 학생, 이를 기록하고 중계할 소수의 운영스탭과 원격지에서 학습’하게 될 하이브리드형 강의실이라면 어떨까요? 어느 포털에서 실시간 줌 강의에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이 K-MOOC 콘텐츠를 수강하면서 반색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잘 만들어진 강의는 재사용도 용이하며, 보다 다양한 학습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제시한 방식은 비용적 측면에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습니다.
3. 맺음말 (지금은 전화위복의 기회)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코로나 이후 여러 실시간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느낀점은 의외로 오프라인대비 만족도가 큰 학습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강의실로의 이동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개인의 시간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강의실에서는 질문하기 어려운데 온라인 환경에서는 보다 쉽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실제 오프라인 강의 중 백채널 플랫폼을 운영하여 개별 학습자들의 질문과 토론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개인화되고 있는 시대.
코로나와 온라인 강의의 공통점은 바로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한다는 것 아닐까요?